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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iginals/Grooming

왜 밀라노 남자들의 화장대를 보기 시작했나

by 엠씨디오 2026. 5. 9.

 

밀라노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의외였던 건, 잘 차려입은 남자들이 아니었다.

이미 이탈리아 남자들의 스타일 감각은 익히 알고 있었다.

오히려 놀라웠던 건 그들의 ‘화장대’였다.

 

아침 에스프레소 한 잔처럼 자연스럽게 스킨케어를 하고,

계절에 따라 향수를 바꾸고,

면도 후 피부 상태에 따라 제품을 다르게 쓰는 남자들.

누군가는 작은 약국 브랜드 크림 하나를 몇 년째 고집했고,

또 누군가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애프터쉐이브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밀라노에서 15년을 살면서 수많은 이탈리아 남자들의 일상적인 그루밍 문화를 가까이에서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거의 접할 수 없었다.

 

한국은 세계적인 뷰티 강국이 되었다.

이제 한국 화장품은 유럽 백화점과 드럭스토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K-뷰티는 이미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문화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 시점에서 나는 반대로 유럽의 화장품,

특히 ‘남자들의 화장품 문화’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왜일까.

한국의 남성 화장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어딘가 단조롭다.

기능 중심, 올인원 중심, 피부 고민 해결 중심의 언어는 넘쳐난다.

하지만 ‘왜 이 제품을 오래 쓰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이 화장품이 존재하는지’,

‘남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하다.

 

반면 이탈리아 남자들의 화장대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취향과 시간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바버샵에서 추천받은 크림을 십 년째 사용하고,

누군가는 겨울마다 특정 향의 바디워시를 고집하고,

누군가는 여행 갈 때도 반드시 작은 향수 병을 챙긴다.

 

그들에게 그루밍은 ‘꾸미는 행위’라기보다 자신을 관리하는 습관에 가깝다.

그리고 그 태도는 옷보다 훨씬 개인적이다.

그래서 이 카테고리를 시작하려고 한다.

 

단순히 “좋은 남자 화장품 추천”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밀라노와 유럽에서 실제로 남자들이 어떻게 피부를 관리하고,

어떤 제품을 쓰고, 왜 그것을 선택하는지 기록하는 공간.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브랜드들,

드럭스토어에서 쉽게 사는 제품들,

약국 화장품, 바버샵 문화, 향수와 애프터쉐이브, 면도 습관, 계절별 스킨케어 루틴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들이 화장품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앞으로 이 시리즈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이다.

  • 밀라노 남자들은 왜 향수에 돈을 아끼지 않을까
  • 이탈리아 약국에서 남자들이 실제로 사는 스킨케어 제품
  • 한국 남성 화장품과 유럽 남성 화장품의 가장 큰 차이
  • 바버샵 문화가 남아 있는 도시의 남자들
  • 면도를 하나의 루틴처럼 대하는 사람들
  • 유럽 남자들의 겨울·여름 피부 관리 방식
  • 올인원보다 크림 하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 브랜드보다 향과 사용감을 먼저 보는 문화

어쩌면 이 이야기는 단순히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전부터 옷보다 그 사람의 생활 습관이 더 스타일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밀라노에서 본 많은 남자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오래된 코트를 입고도 멋있었고,

누군가는 특별한 브랜드 없이도 세련돼 보였다.

그 차이는 결국 디테일에서 나왔다.

 

피부 상태, 향, 면도 후의 인상, 자신을 관리하는 태도.

아마 이 카테고리는 그런 디테일들을 기록하는 공간이 될 것 같다.

 

한국 화장품이 세계로 향하는 시대에,

나는 반대로 유럽 남자들의 화장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조금 느리지만 오래가는 취향, 유행보다 습관에 가까운 관리,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천천히 찾아가는 방식.

그 이야기를 이제부터 하나씩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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